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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AROUND

3채3색, 서촌 게스트하우스 탐방기

지역문화의 활성화에 따라 국내 게스트하우스 산업이 활발히 진행되며 그 범위를 확장해 나가고 있는 요즘, 게스트하우스는 이제 단순한 숙박업소의 개념에서 벗어나 하나의 ‘문화 교류 공간’으로 부상하며 외국인 관광객은 물론, 국내 관광객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2012년 대비 2013년 국내 외국인 관광객 수는 9% 이상 늘어난 것으로 집계되었다. 이처럼 관광객 수가 늘어나면서 그들이 원하는 숙소의 형태도 함께 다양화되고 있다. 문화관광부는 지난 2011년 ‘외국인관광 도시민박업’을 새롭게 법제화해 “기존의 호텔 등 대규모 관광숙박업소와는 차별화된 현지생활문화의 체험 및 현지인과의 상호작용의 기회를 통해 관광만족을 제고시키고 문화체험형 대체숙박시설로서 효과적인 관광숙박 확충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게스트하우스는 우리나라보다 해외에서 더욱 보편화된 숙박방식으로 타 숙박업소보다 저렴한 가격이라 부담이 없고, 여러 명이 한 방을 공유하는 도미토리 형태로 구성되어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하기에 최적화된 장소이다. 그래서 특히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다.

서촌의 골목을 다니다 보면 고즈넉한 한옥 게스트하우스를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한 번쯤 가보고 싶은 각기 다른 개성의 게스트하우스를 서촌라이프에서 다녀왔다.

100년 된 한옥에서 엄마와 딸이 함께 운영하는 “바인하우스”

햇빛이 강해서 그늘을 만들어 보고자 포도나무 덩쿨을 쳤다고 말하는 모습에서 주인의 배려가 느껴진다. 바인하우스 이름의 뜻이기도 한 ‘포도나무 넝쿨’.

바인하우스의 주인은 북촌에서 18년을 살다가 서촌으로 넘어왔다. 원래 북촌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했는데, 점차 학생들은 줄고 주변 이웃들은 다 게스트하우스를 시작했다고 한다. 자연스레 게스트하우스에 대하여 관심이 생기던 차, 딸이 교환학생을 가면서 함께 북유럽을 여행했다. 그때 여러 게스트 하우스를 경험하며 느낀 것들이 많았다. 우연한 기회로 만났기 때문에 투숙자들끼리 처음에는 서로 낯설지만 금세 친분이 쌓이는 과정을 보면서 ‘참 멋지구나’ 생각했다고. 그런 공간을 꾸려보고 싶어 시작한 것이 바로 바인하우스.

내국인뿐 아니라 외국인도 상대하는 일이다 보니 의사소통에 대한 어려움은 없을지 물었다. 주인은 영어에 능통한 편은 아니라고 말했지만 취재 도중 외국인 투숙객들을 친절하게 응대하는 모습을 보며 이런 적극적이고 다정한 인사들이 유창한 영어 구사보다 훨씬 더 멋진 능력처럼 보였다. 또한 그녀는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면서 성격도 많이 바뀌었다. 손님에게 먼저 다가가 말도 걸고 설명도 해주다 보니 전보다 적극적이고 밝은 성격으로 바뀌었다며, 이 일을 하며 좋은 변화를 이룬 것 같다며 웃었다.

바인하우스는 100년이나 된 아주 오래된 한옥이다. 옛날 모습이 많이 남아있기에 운치있다는 말을 듣기도 하지만, 관광객의 입장에서는 바닥에 턱이 있어서 캐리어를 편하게 끌지 못하는 어려움이 있을 것 같다며 걱정을 내비친다. 주인의 이런 따뜻한 마음씨 덕분에 공간이 더욱 훈훈한 온기로 채워지는 듯 했다. 바인하우스에서는 지금 소규모로 문화를 즐길 수 있는 이벤트를 준비 중이다. 서촌에서 한옥식 게스트 하우스를 운영하는 사람들과 커뮤니티를 마련해 좋은 정보를 공유하며 서로 발전하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바인게스트하우스
주소서울 종로구 효자동 52-10
전화010-8870-5439

서촌 주민 토박이가 운영하는 “서원게스트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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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정원과 테라스가 있는 서원게스트하우스의 외부 전경.

서촌에서 나고 자란 한글서예가 난정 이지연 선생님과 그녀의 딸은 40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이곳서촌에 살았다. 말 그대로 서촌 ‘토박이’다.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결혼하기 전까지 쭉 지내온 곳인 만큼 집에 대한 애정이 참 많아요. 이곳을 누구에게 빌려주기보다는 우리가 살면서 어떻게 만들어보면 좋을지 고민한 결과랄까, 시간이 흐르며 변화된 주변에 비해 여전히 예전 모습을 그대로 지키고 있는 것이 저희 집이 아닐까 생각합니다”라고 말하는 그녀.

바로 ‘서예가 있는 정원’의 뜻을 가진 서원게스트하우스의 주인이다. 젊었을 때 여행을 하며 가장 싫었던 것은 더러운 숙소였다며, 늘 이불과 수건은 아주 깨끗한 상태로 제공하려고 철저히 관리한다. 시간이 지나도 깔끔하고 산뜻한 느낌으로 서원게스트하우스를 기억할 수 있도록 가장 기본적인 부분부터 세심히 신경을 쓰고 있다.

“호텔은 매우 편리하지만 왠지 딱딱하고, 사람 사는 냄새가 없잖아요. 서원게스트하우스는 집처럼 편안하면서도 사람냄새가 폴폴 나는 푸근한 장소로 기억되길 바랍니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대부분 도시에서 자라 거의 아파트나 빌라에서 사는 경우가 많아 마당에 대한 동경이 있기 마련인데, 이곳 서원에서는 그 매력을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는 장소다. 3층 옥상에 올라서면 서울 시내를 한 눈에 볼 수 있어 훌륭한 전망 공간으로도 손색이 없는 곳.

게다가 “세종대왕이 태어난 곳이라 생각하면 정말 좋은 터라고 생각해요. 면접이나 입사시험을 앞둔 사람들이 온다면 좋은 운을 가져다 줄 것이라 생각해요.”라고 말하며 웃음을 지었다. 앞으로 서원게스트하우스에서 준비하고 있는 새로운 모습들도 눈에 띈다. 평소에 서예를 체험할만한 기회가 별로 없으니 ‘서예체험’ 같은 이벤트 행사를 준비 중이라고. 또한 낮 시간 손님들이 없을 때를 활용해 서예 갤러리 공간으로도 운영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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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원게스트하우스
주소서울 종로구 통인동 106
전화02-720-9300

1년차 젊은 아가씨가 운영하는 세종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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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업계에 몸담았던 주인의 센스가 여기서 또 돋보인다. 한옥 안에 물레방아가 있는 풍경이 가히 낭만적이다.

게스트하우스 문을 열자마자 하이톤 목소리로 반갑게 맞이하는 주인의 첫인상은 발랄한 젊은 아가씨 자체였다. 전에는 건축과 관련된 일을 했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한옥 게스트하우스에 애정이 생겼다고 말하는 그녀.

광고를 전혀 하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운영되고 있다는 모습을 보자 ‘남들 다 하는 홍보 대신 내실이 두둑한 게스트하우스를 만들어 볼 것이다’ 말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한편으로는 광고 없이 어떻게 소문이 나 인기를 얻었는지 궁금했는데, 얘기를 들어보니 그만의 비결(?)이 있었다. 게스트하우스를 방문했던 외국인들이 페이스북을 통해 주인장과 친구를 맺고 그들이 그들의 친구들에게 다시 소개를 시켜주는 일명 ‘다단계식’ 운영을 통해서다. 이렇게 sns를 잘 활용하는 것도 세종하우스의 큰 장점. 예를 들면, 페이스북으로 쪽지를 주고받으며 예약도 받고, 일기 형식으로 머무른 게스트에 대하여 에피소드를 남기는 등 활발히 활동하다 보니 어느새 광고 효과를 얻었다. 저번에 머물렀던 손님의 친구, 그 친구의 친구 등 세종하우스에는 주인과 게스트를 이어주는 보이지 않는 연결고리가 참 많다.

젊은 사장님 덕분인지 내국인, 외국인 할 것 없이 젊은 게스트로 가득 찰 것 같은 예감에 혹시 주변 이웃들과의 마찰은 없는지 조심스레 물었다. 왠지 게스트하우스라 하면 젊은 사람들이 북적이며 낮처럼 밤도 시끌시끌 지내는 건 아닐까 하는 우려 때문이었다. 이 질문에 주인은 “한국의 술문화와는 조금 다른 분위기로 그저 저녁에 맥주를 간단히 마시고 각자 방에 들어가서 쉬는 정도라 다행히 고성방가로 얼굴을 붉히는 일은 없다”고 웃으며 대답했다.

세종게스트하우스
주소서울 종로구 체부동 163-3
전화02-732-9080

서촌의 게스트하우스, 이웃 주민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미래를 그리고 있다. 하지만 지금보다 더 많은 게스트하우스가 우후죽순 생길 것 같지는 않다. 그저 현 상태 수준 정도로 천천히 변화하며 유지될 것이라 생각한다. ‘서촌’이라는 동네가 외국 관광객들이 마구 몰려들 정도로 관광지 개발이 된 곳이 아니라 한적한 주택가 라는 이미지가 강한 이유에서다. 실제로도 그런 면이 크다.

하지만 튀지 않는 소박한 풍경과 전통적인 가옥들, 그리고 치안이 잘 되어있어 아이들이 있는 가족들에게 사랑받을 만한 장소임에는 분명하다. 최근 많은 사람들의 관심으로 ‘뜨는’ 동네로 인식되기 시작했지만, 앞으로 게스트하우스가 들어서는 만큼 많은 관광객들이 유입될지, 또 그로 인해 동네의 게스트하우스 시장 포화로 어떤 문제가 발생할지에 대한 가능성에 관해서는 조금 더 두고 관심을 두고 지켜봐야 할 일이다. 서촌에 유입되는 상가의 규모도 이전보다 더욱 커지고 운영비도 높아지는 추세라 서촌만의 색깔을 잃게 될까 봐 염려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다.

게스트하우스만의 색깔이 묻어나는 각기 다른 대답! 편집 없이 진행된 ‘날 것의 6문6답’

세종하우스 이하 ‘세종’, 바인하우스 이하 ‘바인’, 서원게스트하우스 이하 ‘서원’

Q1 게스트하우스에 대하여 간단히 소개를 부탁한다.

세종) 경복궁역에 위치한 전통한옥게스트 하우스입니다. 편리한 교통과 좋은 위치, 주변 볼거리가 많고, 먹거리도 많은 곳에 자리잡고 있으며 무엇보다 정감 있는 주인이 맞이하여 마치 외갓집에 놀러 온 듯한 안락함이 있는 곳입니다.
바인) 도심 한가운데 100년 된 보석 같은 작은 한옥, 마루에 누워 별을 볼 수 있는 곳.
서원) 한글서예의 대가이신 난정 이지연 선생님이 40여년간 거주하며 작품활동을 하시던 2층 양옥주택을 리모델링하여 딸이 운영하는 곳입니다. 집안 곳곳에서 한글 서예작품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Q2 이곳에 찾아오는 사람들은 주로 어떤 사람들인가? (내국인과 외국인의 비율은 어느 정도인지?)

세종) 전체 대관하시는 단체손님은 내국인이 대부분입니다. 특히 학교에서 단체로 많이 오는 편입니다. (내/외국인 비율은 4:6 정도)
바인) 건축가 부부들과 근처 갤러리 전시와 관련된 예술가들. 최근엔 한류(드라마, K-pop)의 영향으로 싱가폴, 홍콩, 중국 등 동남아에서 많이옵니다. (내/외국인 비율은 3:7 정도)
서원) 이곳을 찾는 분들은 참 다양합니다. 지방에서 가족을 데리고 서울관광을 오시는 분들, 출장 차 방문한 손님, 서울관광을 온 유학생들의 외국인 친구, 친척집을 찾은 지방분들, 친구들과의 특별한 하룻밤을 보내려 오신 분들. (내/외국인 비율은 7:3정도)

Q3 왜 서촌에 자리잡게 되었나?

세종) 북촌과 다른 한국의 서민적인 멋이 있어요. 사실 특별한 이유는 없습니다.
바인) 원래 북촌에서 18년 정도 살았는데 점점 관광지화되면서 북촌 본래의 모습이 퇴색되어 서촌으로 이사하게 되었다.
서원) 50여년 이상 서촌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 서촌사람입니다. 유치원 때부터 초중고 시절 내내 서촌에 있는 학교를 다녔어요. 요즘 유명해진 서촌의 명소들은 저의 어릴 때 추억과 맞닿아 있지요.

Q4 게스트 하우스 주인이 말하는 ‘서촌’의 의미는?

세종) 사실 주인이기 전에 저 또한 서촌에 거주하는 주민이기에 외국인들에게 꾸며지지 않은 한국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서민들이 사는 정있는 동네라고 생각해요.
바인) 역사가 숨쉬는 곳, 재미있는 곳, 에너지 넘치는 곳, 아무 생각없이 와도 즐거운 곳, 오래도록 살고 싶은 곳.
서원) 서촌은 나의 고향입니다. 역사와 문화의 산실인 이곳이 품격을 잃지 않으면서도 감각적인 젊은 사람들도 좋아하는 곳으로 발전하길 바랍니다.

Q5 운영하며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이었나?

세종) 운영하면서 어려웠던 점은 사실 별로 없어요. 주변 주민들과도 마찰 없이 잘 지냅니다. 다만 한옥을 관리하는 것이 일반 주택보다 손이 많이 가는 부분이긴 합니다.
바인) 모든 게 순조로운 편이였고, 어렵다면 홍보.
서원) 게스트하우스를 오픈한지 2달 남짓.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은 탓에 홍보상의 어려움.

Q6 앞으로 서촌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싶은가?

세종) 타지로 여행 갔을 때 찾는 친구 같은 존재.
바인) 한국 전통문화를 외국에 알리는 작은 문화전도사. 그리고 다양한 문화교류의 장으로서의 역할.
서원) 서촌을 좋아하고 아끼는 사람들에게 서촌의 예전느낌을 전해줄 수 있는 역할.

게스트하우스의 주인들은 대부분 여행을 좋아해서 이 일을 시작했지만 이제는 손님을 받느라 여행을 가는 일은 정말 어려운 일이 되었다고 한다. 그렇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늘 여행하는 기분이 든다고도 말했다. 매번 다른 국적의 손님과 이야기를 나누고, 산책을 할 수 있으니 떠나지 않아도 여행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고 말이다.

서촌 지역의 게스트하우스는 고즈넉한 옛 정취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한옥 스타일을 갖추어, 서촌을 찾는 이들에게 옛것과 현대가 함께 녹아있는 새로운 형태의 숙박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최근에는 다양한 이유로 게스트하우스를 찾는 사람들이 늘면서 자연스럽게 지역 문화를 활성화시키는 하나의 방법이 되고 있어 앞으로 점점 더 성장하는 서촌의 게스트하우스를 기대해본다.